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日 “가상통화 선점해 디지털 금융 주도”

[동아일보]
달러 대신 비트코인 매입 열기


원본보기최근 일본에서는 ‘와타나베 부인(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주부)’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보고서에서 “초저금리 시대에 외화 거래에 나섰던 일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일본은 세계 가상통화 시장을 이끄는 주요 국가로 꼽힌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3분의 1 정도가 엔화로 거래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트코인을 거래한 일본인이 100만 명을 넘는다고 추산했다.

일본 정부는 가상통화 시장을 선점해 미래 디지털 금융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최근 중국과 한국 등의 규제 강화에 대해 “다른 나라 규제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자 보호에 주의하면서 혁신과 균형 있게 가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지난해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이 법정통화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지급할 수 있고, 엔화나 달러화로 바꿀 수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의 사전 심사와 등록도 의무화했다. 

가상통화 거래에 세금도 매긴다. 일본 국세청은 지난해 12월부터 가상통화 이익을 종합과세 대상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20만 엔을 초과하면 자진 신고하도록 했다. 

일본 기업들도 가상통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코인 개발, 채굴 등 가상통화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3대 은행 가운데 미쓰비시도쿄UFJ금융그룹(MUFG)과 미즈호금융그룹은 가상통화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올해 가상통화 거래소를 열고 ‘MUFG 코인’을 발행하겠다고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미즈호금융그룹도 유초은행(우편저금은행), 지방은행과 손잡고 올해 ‘J 코인’을 발행할 계획이다. 미즈호금융그룹은 코인 발행으로 약 10조 엔의 경비 절감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거래소들도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는 지난해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인 GMO그룹은 지난해 말 100억 엔을 투자해 북유럽에서 비트코인 채굴 사업에 나섰다. GMO그룹은 직원 임금의 일부를 최대 10만 엔까지 비트코인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

물건을 살 때 가상통화로 결제할 수 있는 점포도 늘고 있다. 일본 가전제품 전문점 빅카메라는 비트플라이어를 통해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고 거래업체 메루카리는 올해 안에 가상통화 관련 금융 자회사를 설립해 비트코인 등으로 결제하고 대출도 해주는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의 최욱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비트코인을 활용하기로 하는 등 가상통화를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통화 시장이 커지면서 일본 내에서도 해킹 등 보안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근 일본 주요 가상통화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체크가 해킹 공격을 받아 580억 엔(약 5700억 원) 상당의 가상통화 NEM(뉴이코노미무브먼트)이 사라졌다. 코인체크는 피해자 26만 명에 대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본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통화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